잡생각

나도 늦지 않을테니 님께도 부탁합니다.

렐리아 2023. 7. 30. 22:11

팀장과 나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나의 잦은 지각 때문이었다. "늦지 마라." "죄송합니다." 따위의 대화로 시작하는 하루가 즐거울 리 없다. (중략) 그 와중에도 나는 "내일은 늦지 않겠습니다" 같은 헛된 다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도 늦을 거 같았다. 그리고 늦었다. (중략) 지각하는 내가 가장 싫었던 사람은 그 누구보다 나였다. 자기혐오를 반복하던 어느 아침, 나라는 과녁에 꽂아 넣을 화살이 떨어진 나는 질문을 좀 바꿔 보기로 했다. 지각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불성실'의 기준은 왜 출근 시간이 돼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게 있나? 출근 시간은 있는데 퇴근 시간은 왜 없을까?
"선배..... 저는 10시까지 출근 못 하겠습니다."
더는 죄송하기 싫었다. 경험상 이럴 때는 차라리 솔직한 게 낫다. (중략) 그 이후에도 몇 번쯤 더 지각했지만 그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마음의 자유를 얻으니,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_ 슬픔의 방문 / 연쇄 지각마의 지각을 위한 변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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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대출 중이라 예약을 했다.
7월 26일 반납일인데 30일인 오늘까지 반납이 되고 있지 않아 그리고 내일은 도서관이 쉬는 날이라.... 화가 난다!!!
도서관은 연체가 되면 반납하라는 문자를 보내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적다.
(연체한 기간만큼 대출 중지는 되지만..)

이 와중에
'슬픔의 방문 연쇄 지각마의 지각을 위한 변명' 파트를 읽은 나는..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봤다.

나의 시간과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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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자는 기자이고 그 조직의 근무형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왈가불가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은 시간의 통제권, 시간권력, 시간주권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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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연을 끊은 친구가 있는데 원인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이었다.
같이 보는 다른 친구들이 '원래 그래'라는 이유로 그러려니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둘이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 나는 '원래 그래'를 허용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1, 2번으로 그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한 것은 아니다. 몇 년을 '미안해.'와 '늦지 마.'를 이어갔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림을 빙자한 방치를 당한 후 관계를 정리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다들 괜찮다 하는데 매번 약속시간을 지켜 달라는 내가 유별나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때의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도 내 주변에 약속시간을 매번 지키지 않던 친구가 있다. 본인의 강박행동을 아는 내가 자신이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게 이해해야 한다는 게 그 친구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본인이 나올 수 있는 시간으로 약속하고 지금은 늦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나는 서로가 약속 한 기간,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걸 잘 못 참아낸다. 특히 이유 없이, 연락 없이 늦는 것. 하지만 사전에 상황을 알려주면 괜찮다.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할지를 알 수 있으니.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나의 시간이 방치되는 것이 너무 싫은 거다. 상대의 시간을 무가치한 것처럼 대하는 태도도 싫고!

'너는 한 번도 안 늦었냐?'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한 번도 안 늦었어!'라고 답.. 못 한다. 당연히 늦은 적 있다. 그래도 사전에 연락하고 상황설명은 한다. 그리고 미안해한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런 사람과 관계하고 싶다.